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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질환의 출발점 ‘지방간’] 님아, 이 ‘간’을 망치지 마오

작성일 : 2025-06-30 조회 : 133

술 안 마셔도 마른 체형도 걸리는 질환
방치 땐 간경화·간암으로 이어질수 있어


대사 질환과 연관 20~30대 젊은 환자 급증
심혈관질환·당뇨병 등 전신 건강과도 연관

조기 발견·생활습관 개선·약물치료로 회복
체중 감량·식이요법·주 3회 이상 운동 도움


분주한 일상 속에 건강 이상을 놓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방치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지방간이다. 

‘조금 피곤할 뿐’, ‘술도 안 마시는데 괜찮겠지’라는 가벼운 인식으로 넘기기 쉬운 질환이지만, 

지방간은 시간이 흐르며 간경화와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조용하고 치명적인 경고다.




/클립아트코리아/



◇지방간= 지방간은 간세포 내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간은 지방을 일정 부분 저장할 수 있는 기관이지만, 

축적된 지방이 전체 간 무게의 5% 이상을 넘어서면 병적 상태로 본다. 

흔히 술을 많이 마시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음주와 무관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 전체 지방간 환자의 다수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대사질환과 연관된 지방간이라는 인식이 증가해 대한간학회에서는 2024년부터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라는 새로운 한글 용어로 대체했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단순한 지방 축적 단계를 넘어서면 염증과 간세포 손상을 동반한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으로 진행되며, 

이후에는 간 섬유화가 비가역적으로 진행해 간경변,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대부분 자각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피로감이나 오른쪽 상복부 불편감을 느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만큼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때는 이미 병이 꽤 진행된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지방간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비만과 대사질환을 동반한 청년층의 지방간 위험도가 높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역학조사에서는 군 장병이나 직장인 집단에서도 지방간 지표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젊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안일한 인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마른 체형이라 하더라도 내장지방과 간 지방이 축적된 경우가 많아 겉모습만으로 건강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사이상 지방간염으로 진행된 경우, 10년 내 간경변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며 일부 환자에게서는 간암으로 이어진다. 

한 연구에서는 MASH 환자의 10년 사망률이 20%에 달하고, 이 가운데 11%는 간경변, 또 일부는 간암이 원인이라는 통계도 보고됐다. 

일반적인 지방간 보유자조차도 간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최대 2.7배 높다는 연구가 있어, 간 질환의 ‘출발점’으로서 지방간의 위험성은 가볍지 않다.


더욱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영향은 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대사증후군과 심혈관질환, 당뇨병, 심지어는 치매 등 전신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한국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다수의 대규모 연구에서는 지방간 위험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향후 10년 내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 주요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이 2~3배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당뇨병 발생 위험 또한 지방간 보유 시 2.6배 이상 증가하며, 이는 지방간을 단순한 간 질환이 아닌 전신 건강의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지방간 개선책= 다행히 지방간은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간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재생력이 뛰어나고 회복 탄력성이 높은 장기다. 지방간 치료의 출발점은 체중 감량이다. 

체중의 5~10%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간 내 지방 축적이 현저히 감소하며, 동시에 염증과 섬유화도 억제된다.


특히, 복부비만 환자의 경우 감량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어서 중요한 것이 운동이다. 

주 3회 이상, 그리고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은 간 내 지방을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지방간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직장인일수록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며 일상 속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식이요법 역시 지방간 개선의 핵심 요소다.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을 권장한다. 

대표적으로 지중해식 식단은 지방간과 대사질환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약물 치료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지방간염 경구 치료제인 레즈메티롬을 처음으로 승인했으며, 국내 도입도 논의 중이다. 

또한, 당뇨·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등이 지방간 개선 효과를 보여 복합 질환 환자에게는 치료 옵션으로 고려된다. 

특히, 세간에 널리 알려지고 있는 위고비(Wegovy)는 당뇨병 주사 치료제로 개발된 GLP-1 수용체인 세마글루티드로서 

주 1회 피하 주사하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도와줌으로써 내장지방 감소와 지방간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지방간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현대병’이다.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생활 습관 개선, 의료적 개입이라는 세 가지 축이 조화를 이룰 때 간은 본래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지금 피곤하거나 오른쪽 옆구리가 뻐근하다면, 

그것이 단순한 피로 때문인지 혹은 침묵 속에 경고를 보내는 간의 신호인지 면밀히 관찰하며, 

간이 보내는 조용한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도움말= 이창민 상남한마음병원 내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