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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보다 더 무서운 밥·면·빵… ‘대사이상지방간질환’ 주범

작성일 : 2026-08-05 조회 : 132

고기 지방섭취보다 포도당·과당 단당류가 치명적 

인슐린 저항성 발생… 탄수화물 대사 붕괴 도화선 

불규칙한 식습관 개선·적정량의 단백질·수분 섭취 

주 150분 이상 유산소·주 2~3회 근력 ‘병합 운동’ 필수


최근 의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우리가 흔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이라 부르던 병명이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으로 전격적으로 변경된 점이다. 대한간학회를 비롯한 글로벌 간질환 학계가 명칭을 개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 질환이 단순히 술을 마시지 않아도 생기는 수동적인 상태가 아니라, 전신 대사기능장애와 직결된 ‘혈관 및 대사 질환’임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에게 발생하는 MASLD의 중심에는 과도한 지방 섭취보다 더 무서운 복병이 숨어 있다. 바로 우리 식탁을 지배하는 ‘탄수화물 대사’의 기능 부전이다.


/오픈AI 제작 이미지/


◇배제 진단에서 포괄 진단으로, MASLD의 정의 

과거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은 다른 원인(음주, 바이러스성 간염 등)을 제외해야만 성립하는 ‘배제 진단’의 성격이 강했다. 이 때문에 만성 C형간염이나 대량 음주를 동반한 환자가 동시에 심각한 대사이상 연관 지방간을 겪고 있어도 진단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집중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개정된 ‘2025 대한간학회 대사이상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MASLD는 영상학적 또는 조직학적으로 간 내 지방증(5% 이상 축적)이 확인되면서, 동시에 과체중·비만, 당뇨병 전단계 또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5가지 심장대사위험인자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을 동반하면서 유의한 알코올 섭취(남성은 하루 30그램 미만, 여성은 하루 20그램 미만)가 없을 때 진단하는 ‘포괄적 능동 진단’ 체계를 따른다. 


◇과도한 탄수화물이 간을 기름지게 하는 메커니즘 

많은 이들이 간에 기름이 끼는 원인으로 고기 지방이나 기름진 음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과도한 탄수화물, 특히 포도당과 과당을 포함한 단당류가 더욱 치명적이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면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당을 높인다. 췌장에서는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게 되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탄수화물 대사의 연쇄적 붕괴를 일으키는 도화선이다. 원래 인슐린은 체내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저항성이 생기면 제 기능을 못해 지방조직에서 지방산이 대량으로 방출되어 간으로 유입된다. 여기에 과당의 독특한 대사 경로가 불을 붙인다. 포도당과 달리 과당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간세포로 직접 흡수되어 ‘간 내 신생 지방합성’을 촉진한다. 즉, 쓰고 남은 탄수화물이 간 내부에서 직접 지방 합성 과정을 거쳐 중성지방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마른 지방간과 탄수화물의 역설 

한국인에게 탄수화물 대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이른바 ‘비비만성 혹은 마른 지방간’ 유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서구인에 비해 체질량지수는 정상이거나 약간의 복부 비만만 있는 환자들 중에서도 MASLD를 앓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유전적으로 아시아인이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잉여 에너지를 피하지방보다 췌장이나 간, 내장지방 형태로 저장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날씬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정제 탄수화물(흰쌀밥, 빵, 면류) 중심의 식습관을 고수할 경우, 간 내 신생 지방합성이 활성화돼 심각한 대사이상지방간으로 진행될 수 있다. 정제 탄수화물은 가공 과정에서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에 대사 측면에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학계 연구는 당뇨병 환자의 MASLD 동반율을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식단과 대사의 리셋 

MASLD의 무서운 점은 단순 지방간 단계에 머물지 않고 간염, 간경변증, 그리고 간세포암종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독립적으로 높인다. 현재 일부 제한적인 치료제가 승인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치료의 근간이자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대사 기능 회복’이다. 대한간학회의 가이드라인은 간 내 지방 감소와 대사 지표 개선을 위해 체중 감량을 강조한다. 전체 에너지 섭취량에서 탄수화물 비율을 줄이는 동시에, 액상과당이 포함된 음료수, 과자, 정제 탄수화물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통곡물이나 잡곡 위주로 탄수화물의 질을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대사 기능 회복을 위한 운동 

인슐린 저항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단과 운동을 단순한 ‘노력’이 아닌 과학적 ‘처방’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 스포츠의학 저널을 통해 발표된 연구는 대사 기능 회복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고, 그 핵심은 혈당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불규칙한 식사 습관을 개선하고, 가공된 정제 탄수화물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과 양질의 단백질 섭취는 식후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막고 운동 중 근육 합성을 돕는다. 특히 적정량의 단백질과 수분 섭취는 MASLD 환자가 체중을 감량할 때 기초대사량을 유지하는 버팀목이 된다. 


운동은 근육 세포를 깨워 인슐린 없이도 포도당을 흡수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다. 스포츠의학계는 중등도 유산소 운동(주 150분 이상)과 저항성 근력 운동(주 2~3회)의 ‘병합 운동’을 필수 권고한다. 식후 운동은 에너지를 쥐어 짜는 ‘훈련’이 아니라 혈관 속 포도당을 청소하는 ‘대사 촉진’이 목적이다. 운동 강도는 옆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의 가벼운 산책(평지 걷기)이 좋다. 운동 시간은 15분에서 20분이면 충분하다. 


이창민 원장은 “MASLD는 ‘간에 기름이 좀 낀 상태’가 아니라, 내 몸의 탄수화물 대사 엔진이 과부하로 인해 고장 났음을 알리는 강력한 경고 신호등이다. 밥과 면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식문화를 고려할 때, 당을 줄이고 대사를 다스리는 일은 간 건강을 넘어 전신 혈관과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도움말= 이창민 상남한마음병원 내과 원장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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